그리움 담긴 김환기·이중섭 작품 누구 품으로

입력 2022-03-13 16:51   수정 2022-03-14 00:21


김환기 화백(1913~1974)의 1957년작 ‘화실’은 그의 1950년대 작품세계를 집약한 그림이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김 화백은 백자와 달, 매화와 학 등 한국적 소재를 그리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자신의 화실을 모티브로 그린 이 작품에는 그가 즐겨 그리던 한국적 소재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유의 서정적인 푸른 색조와 붉은 휘장, 달빛을 반사하는 듯 노란색으로 표현된 달항아리가 어우러지며 김 화백의 향수를 세련된 미감으로 드러낸다.


이중섭(1916~1956)의 ‘닭과 가족’도 마찬가지로 그리움이 담긴 그림이다. 이중섭은 1952년 생활고로 가족과 생이별한 이후 줄곧 가족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에서는 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 길렀던 닭과 식구들이 함께 하나의 유기체처럼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누구 하나 빠질 수 없고 끼어들 수도 없는 이 결속에서 가족과 재회하려는 강력한 염원이 느껴진다.

두 국민화가의 작품이 미술품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매에 잇달아 나온다.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1950년대 대표작이 나란히 출품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현대미술 기획경매’를 열고 145점, 약 180억원어치를 출품한다. 최대 화제작은 김환기의 40호 크기 작품 ‘화실’. 소재와 색조, 조형과 주제 등 여러 측면에서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세계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서울옥션은 “신세계미술관에서 이전에 소장했던 작품으로, 주요 도록에도 수록돼 있다”며 “오랜만에 시장에 나온 작품이라 경매 전부터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했다. 추정가는 16억~25억원이다.

이우환(86)의 작품도 두 점 나왔다. 198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그린 150호 대작 ‘점으로부터’다. 두 작품의 추정가는 각각 17억~25억원이다. 미국 추상미술에 한 획을 그은 원로 흑인 화가 스탠리 휘트니(76)의 ‘무제’(추정가 18억~25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구사마 야요이(93)의 ‘Dots’(6억~12억원), 샤라 휴즈(41)의 ‘무제’(6억~8억원)와 에밀리 매이 스미스(43)의 ‘Scream’(6억5000만~8억5000만원) 등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3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3월 경매’에서는 128점(약 135억원)의 출품작 가운데 이중섭의 ‘닭과 가족’이 단연 시선을 끈다. 이중섭이 1954년 그리기 시작해 이듬해 완성한 말년작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도 출품된 적이 있다. 시작가는 14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밖에 이성자 화백(1918~2009)의 초기작 ‘샘물의 신비’(1963년)는 추정가 5억~8억원에, 김종학(85)의 화려한 10폭 병풍 ‘화조도’는 2억~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 화백(80)이 캔버스를 등지고 붓을 든 손을 뒤로 뻗어 그린 120호 대작 ‘The Method of Drawing 76-1-2015’(1억8000만~3억원)도 나왔다. 경매 당일까지 각각의 사옥에서 프리뷰 전시를 열며 관람료는 없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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